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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 노트의 요정8 (논객닷컴)
작성자 (ip: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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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작성일 2018-04-20 13:29:4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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8. 네마조네스의 불안


시간이 조금 더 흘러 문지는 대학생이 되었다.


하교 길, 문지의 가방 안에서 요정들이 만났다. 네마조네스가 요정들을 호출한 것이다.

부키가 가방 안에 들어 있던 <소피의 세계> 책에서 쓰윽 나왔다. 노타모레는 녹색의 전

공 노트에서 고개를 내밀었다. 먼저 말을 꺼낸 건 부키였다. 퉁명스럽게 네마조네스에

물었다.


“ 왜 불렀어? 사이베르 생활은 어때?”

“ 뭐, 제 인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...ㅋ. 아니 사실은 그것보다.”

부키가 잽싸게 말을 끊었다.


“ 그럼 뭐해? 요정인데 날개가 없으니 벌거숭이 같은 걸. 게다가 눈동자의 0하고 1은 왜

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거야? 핀란드 자작나무 숲의 요정들이 본다면 기겁할 걸.”

네마조네스가 화가 났는지 입을 삐죽 내밀며 톡 쏘았다.


“ 대신 전 요정님들보다 빛처럼 빨라요. 그게 인간 세상을 얼마나 바꿨는지 알아요? ㅋ



덕분에 세계인들이 서로 빛의 속도로 통한답니다.”


부키가 네마조네스의 빛처럼 빠르다는 말에 눈빛이 사나워졌다.

“ 빠른 만큼 엉터리에 거짓 정보도 많잖아. 사진 정보 거기에 무슨 논리와 개념이 있

어. 생각하지 않는 자들의 벙어리 이미지지. 그게 다 페르푸메가 없어서 그렇다고. 우리

움직일 때는 우리가 만든 페르푸메가 피어나. 그게 감정을 움직이지.”


네마조네스 얼굴이 찌푸려졌다. 부키가 강조한 우리가 만든 그 말에 자존심의 상처도 받

는다. 네마조네스는 사실 인간들 기계능력에 무임승차한 것이다. 그리고 페르푸메를 버

린 게 아니다. 잃어버린 것이다. 편리하고 속도감에 취해 어찌어찌 하다 보니 잃어버린

것이다. 사실 요즘 네마조네스는 자신이 무시했던 페르푸메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

이 아니었다. 그래서 오늘 자존심을 접고 선배 요정들을 초대한 것이다. 네마조네스는

자존심이 상했지만 두 요정에게 물었다.


“ 좋아요. 내가 잘못했다 치죠. 근데 어떻게 하면 페르푸메를 되찾을 수 있죠? 사이베르

에 서 사람들의 기억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아요. 게다가 비슷한 정보와 가져다붙인

듯한 같은 내용의 문구들이 너무 많고요. 상상력도 없어진 것 같고.”

7321김한 대표의 아이디어 노트. ©김한

세 요정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. 그러나 네마조네스 기대와는 달리 부키와 노타모레는 요

즘 책과 노트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적어서 네마조네스의 하소연조차 배부른 소리

처럼 들렸다.


이때 문지가 가방을 열었다. 손을 뻗어 습관처럼 노트를 꺼내들었다. 노타모레가 눈을

쌩긋하더니 노트로 빨려 들어갔다. 세 요정의 이야기가 끊어졌다. 오늘은 문지가 소녀

느티나무 옆에 행복한 표정으로 그렸다. 첫사랑 소년도 옆에 그려 넣었다. 그리다 보

어린왕자인데 뭐 어쩔 수 없다. 이렇게라도 소녀를 살려내고 싶었다. 그 착한 마음을

읽은 노타모레는 참지 못하고 자신의 얼굴을 노트 속에 비추었다. 감귤 색 피부에 날개

를 팔락대며 펜을 든 모습으로. 아주 짧은 노출이었지만 문지가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.


“ 어머, 너는 요정? 정말 있네.”


요정들은 문지의 반응에 웃기만 했다. 문지가 노트를 살폈지만 요정은 금세 사라졌다.

아무리 노트를 펄럭거려도 다시 보이지는 않았다.


잠시 후 가방 안의 두 요정은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.


“ 페르푸메는 종이 세상에만 있는 거야. 종이는 어마어마한 틈이 있지. 그 틈은 우주라

는 구멍이 별을 품듯이 정말 많은 것을 품어. 그걸 미미르의 틈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.

물론 원천은 핀란드 신성한 자작나무 숲이지. 페르푸메는 눈에 보이지 않고 후각으로 느

끼는 거야. 그래서 사이베르에선 페르푸메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는 있어도 직접 알 수

는 없어.”


부키가 네마조네스에게 강조하자, 네마조네스가 신중한 표정으로 반박했다.


“ 그건 아직 이른 단정 아닐까요? 두 요정님은 페르푸메를 만들었잖아요. 마법 가루도

뿌렸고… 저라고 왜?”


네마조네스가 말끝을 흐리자 부키는 퉁명스럽게 말했다.


“ 사이베르는 우리도 실패했다고. 우리가 그곳에 왜 안 가는데...거긴 사막이야.”


네마조네스 눈빛에 0과 1이 마구 어지럽게 흘러내렸다. 네마조네스가 불안한 표정으로

목소리를 낮췄다.


“ 알았어요. 솔직히 말하면 페르푸메는 저도 사실 간절해요. 지금은 우리가 잘 나가도

저... 이런 기분은 뭘까요. 요즘 뭔가 불안하거든요.”


이 말들은 물론 가방 밖의 노타모레도 다 듣고 있었다. 네마조네스가 이제라도 페르푸

메 이야기를 한 것은 정말 희망적인 이야기였다. 노타모레 귀가 영롱하게 빛났다. 그에

맞춰 문지의 노트에 그려진 소녀 얼굴도 영롱하게 빛이 났다. 문지의 눈에 이채가 다

어렸다. 노타모레가 미소로 답하려는데 부키의 퉁명스런 반문이 노타모레 신경을 먼

끌었다.


“ 뭐가 또? 전에도 노타모레가 노트북을 보고는 뭔가 불안하다고 하더니...그런 거야?”


“ 그거하고 비슷해요. 사이베르 다음엔 어떤 세상이 올지. 혹시 또 다른 요정이 있을지

도 모르잖아요? 말하자면 우리와는 아주 다른, 뭐랄까, 점점 기억을 흐리게 하거나…. 그

런 요정이 있을 리는 없겠지만. 요정이라면 말이죠.”


네마조네스의 말에 부키가 날개를 파닥이면서 놀라서 물었다.


“ 네마조네스. 도대체 뭘 걱정하는 건데? 설마 괴물?”


“ 다음 세상, 거기다 또 다른 요정? 상상력이 지나친 거 아니야?”


네마조네스가 묘하게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.


“ 바이러스 알죠? 보이지는 않지만 거대한 공룡도 죽여 버리는. 사이베르에도 바이러스

가 있고 거기다가 버그가 있어요. 버그는 내부 시스템의 충돌 때문에 생기는 프로그램

괴물 같은 거죠. 저도 얼마 전에 알았어요. 바이러스는 모든 면역 유전자나 진화 코드

지워버려요. 그럼 세상은 거꾸로 가게 되죠. 그 동안 세상은 쓰고 읽기만 했어요. 그

런데 아닐 수도 있죠. 너무 차면 비우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? 확실하지 않지만 그런

데 나란 존재가 뭔가 다리인 거 같아요. 넘어갈 수도, 아님 뒤로 갈 수도 있는 그런 위

험한 다리 말이죠. 아니, 아니에요. 이건 기우일 거예요. 아, 제 말 잊어버리세요.…”

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앤서니 브라운이 김한 대표에게 보내준 일러스트. ©김한


이 뜻밖의 말에 노타모레는 멍청해졌다.

‘ 바이러스라고? 차면 비운다고?’


노타모레는 금세 네마조네스의 불안을 알 것도 같았다.


‘ 그래. 1억년 이상을 지구에서 살았던 공룡도 순식간에 사라졌다. 세상에 사라진 문자

얼마나 많아.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으로 죽어나간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고. 그런데

들이 사라져 버린 사실까지 지워버린다면?’


노타모레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해 전율했다.


이 만남 이후 세 요정은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.<계속>



▼▼원본 기사 (클릭)▼▼

http://www.nongaek.com/news/articleView.html?idxno=38078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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