등장인물
문지
별명 노트꽁주. 이야기를 좋아하여 가방에는 시집이나 소설책 한 권쯤은 늘 들어 있
었다. 대학교 독서와 사진 동아리에서 만난 남자와 4년의 연애 끝에 졸업하자 결혼
했다. 책과 노트밖에 몰랐던 문지는 가정생활에도 육아에도 항상 좌충우돌, 아등바
등 했다. 그래서 문학책은 요리책으로, 노트하는 습관은 육아일기와 가계부로 바뀌
었지만 아직도 가슴 깊은 곳에 소녀시절의 열정을 가진, 이제 막 마흔 된 엄마이다.
주로 해외를 돌아다니며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남편 때문에 아들과 단 둘이 생활할
때가 많다.
우디
문지의 외아들이다. 드럼과 농구를 좋아하는 17살의 고등학생이다. 외국을 돌아다녀
야 하는 아빠 직업 때문에 어릴 때부터 함께 한 추억이 별로 없다. 우디에게 아빠는
그리움과 원망의 대상이었다. 엄마와 단둘이 지내는 집은 우디를 외롭게 했다. 집 밖
에서는 친구들과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, 유쾌한 성격으로 보였지만 일찍 철이 들어
글을 쓸 때에는 고등학생답지 않은 구석이 있다.
어느 날 우디는 아빠가 보낸 노트를 보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, 엄마가 입버릇처
럼 말하던 노트의 요정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된다. 그리고 노트 요정의
이야기를 완성하여 아빠와의 약속을 지킨다.
성식
숲을 전문으로 찍는 사진작가. 문지의 남편이자 우디의 아빠이다. 직업상 아들 우디
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지 않아서 늘 미안한 마음이다. 문지와 자신이 얼마나 우디
를 사랑하는지 알게 하려고 하다가 추억을 담은 긴 노트를 아들에게 보낸다.
노타모레(Notamore)
노트의 요정으로, 그 어원은 노트와 아모레에서 왔다. 말수가 적고 수줍음이 많다.
다른 요정의 말을 잘 듣는 편으로, 그럴 때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귀를 기울인다. 연
한 감귤색의 피부와 녹색 기운이 감도는 긴 머리칼과 날개를 가졌다.
어느 날 그 사건이 있고부터 모습이 변했는데, 한 손에는 노트를 다른 손에는 펜을
들게 되었다. 그리고 왼쪽 눈은 그대로인데 오른쪽 눈에 유선무늬가 생겼다. 덜렁거
리고 부주의해서 몸에는 늘 얼룩이 묻어 있지만 직관력이 있고 포용적이다.
부키(Bookie)
책의 요정으로, 책(Book)에서 기원한다. 갈색의 짧은 머리칼, 코발트색 피부, 눈에
는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보인다. 매미 같은 날개에는 고대문자들이 새겨져 있다. 수
다쟁이이며, 호기심도 많고 지식욕이 많아 뭐든 알고 싶어 한다. 그래서 아는 것도
많지만 다른 요정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치려는 허세 병증이 있다.
네마조네스(Nemazones)
네마조네스는 넷(Net)과 아마조네스(Amazones)의 합성어로 사이베르에 사는 요
정. 기존 여러 요정에서 1차 분리되어 등장한 요정이다.
네마조네스는 옅은 회색빛 피부에 검은 머리칼을 가졌으며, 이들의 눈동자는 숫자 0
과 1이 빛의 속도로 폭포처럼 흘러내린다. 아름다웠던 날개는 점점 퇴화하여 날개
가 없다.
유모리몬(Umory Mon)
망각의 요정.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인간의 미완성 프로그램과 네마조네스의 어두운
기운으로 만들어졌으며, 기억과 기록을 지우는 역할을 수행한다. ‘없음’을 뜻하는 U
와 메모리(Memory) 그리고 괴물(Monster)의 합성어이다.
눈동자가 없고, 검은색 짧은 망토를 입고 다닌다. 악어처럼 튀어 나온 입에서는 델레
테라는 안개를 뿜는다.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. 수하 인간으로 하케르가 있
다. 하케르는 사이베르 세상에 바이러스를 심어 세상을 교란하고 자료를 지워버린
다. | ‘노트의 요정’ 주요 캐릭터들. (위부터 시계방향) 노트의 요정 노타모레, 책의 요정 부키, 망각의 요정 유모리몬, 사이베르에 사는 요정 네마조네스. 위 캐릭터는 7321디자인 김한 대표 아티스트가 이야기 시작인 신목의 주검에서 착안하여 북구 신화의 주신(主神)인 오딘의 상상 동물 등을 현대적으로 변형 창작한 것임. ©김한 |
- 한강이 바라다 보이는 붉은 벽돌 단층집
우디를 학교에 보낸 후 설거지를 끝내고 문지는 거실의 유리창으로 쏟아지는 가을
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소파에 앉아 차를 마셨다. 창밖으로 한강이 보인다. 한강은 따
뜻한 햇살을 품고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. 9시를 막 지나 강변북로의 차들이 조금씩
속도를 내기 시작한다. 강 건너편 고층 빌딩의 창문들이 햇빛을 튕겨내고 있다.
거실의 원목 탁자에는 가족사진 액자와 어린왕자의 목각이 있다. 차를 마시며 문지
는 남편과 아들 그리고 어린왕자를 지긋이 바라본다. 문지가 좋아하는 사람들, 좋아
하는 시간이다. 여유도 잠시, 문지가 현관 옆에 있는 아들 우디의 방으로 들어갔다.
침대 위 벽에는 버디 리치와 카마인 어피스 등 전설적 드러머의 브로마이드 사진이
어지럽게 붙어 있다. 옷장과 책상 중 무엇을 먼저 정리해야 할지 한참을 보다가 아들
의 책상에서 눈에 익은 노트 한 권을 발견했다. 한 눈에도 남편이 선물로 보낸 노트
임을 알 수 있다. 갈색 바탕에 거대한 나무가 그려져 있는 노트다. 그런데 문지가 책
상에 다가가 보니 노트 상단에 조그만 글씨로 ‘노트의 요정 이야기’라고 표제가 써
져 있다. 분명 우디의 글씨체였다. ‘얘가?’ 하며 문지가 노트를 휘리릭 펼쳐보니 거
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글이 빼곡하다. 군데군데 어지럽게 지우거나 유치한 장난 표
시도 보였다.
“응, 이런 걸 언제 썼지?”
문지는 공부보다는 드럼에 빠져 사는, 180센티가 넘는 멀대같은 아들이 앉아 한 문
장씩 자기 몰래 노트를 채웠을 모습을 상상하니 놀랍기도 하고 웃음이 났다. 우디는
노트나 독서보다 밖에서 친구들과 음악 하는 걸 좋아했다. 그래서 지금 이 노트를 보
니 아들이 놀랍기도 하고 ‘ 역시 우리 아들인가.’ 싶어 피식 웃음이 나는 것이다.
풍경 사진 전문작가인 성식은 신혼 초부터 줄곧 해외출장이 많았다. 지금은 <세계의
위대한 숲 시리즈>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데, 365일 중 집에 있는 날보다 외국에 있
는 날이 많다. 우디는 아빠를 늘 그리워했다. 그래서 외로움을 잊기 위해 드럼을 치
는 취미를 가졌는지도 모른다. 어렸을 때는 문지가 읽어주는 동화를 몇 시간이고 눈
을 반짝이며 들었던 우디였다. 좀 어려울 이야기도 읽어달라고 떼쓰고 혼자서 하루
종일 책에 빠져 있었던 때도 있었다. 중학생 무렵 우디는 특히 북유럽 신화 이야기
나 J.R.R 톨킨의 판타지 소설을 좋아했다.
문지는 아들의 책상에서 집어든 노트 내용이 궁금했다. 노트의 요정 이야기라니! 선
머슴 같은 아들이 썼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. 문지는 앞치마를 벗고 아들의 침대에 누
웠다. 노트를 읽기 시작했다.
우디의 이야기는 위대한 나무의 어이없는 죽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. <계속>
* 연재기간 중 좋은 노트 습관을 가진 분의 기고, 종이노트로 달라진 사례, 자발적인 샘플 노트 사진을 열린 마음으로 기다립니다. 관련 내용을 논객닷컴 이메일(news34567@nongaek.com)로 보내주시면 <노트의 요정> 연재 중이나 이후 보도해드립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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